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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나, 갈등하는 엄마의 숨겨진 삶

‘질렌할(Gyllenhaal)'은 다소 발음하기 힘든, 그러나 영화 팬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브로크백 마운틴’(2006), ‘자헤드’(2005),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 등의 작품으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스타다. 제이크와 그의 누나 매기는 영화감독 아버지와 시나리오 작가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연기 생활을 해왔다.     2002년 ‘세크리터리’에서 마조히스트 여비서 연기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매기는 뛰어난 연기력에 비해 제이크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28일 넷플릭스에 올라오자마자 첫 주에 시청률 1위에 오른 ‘로스트 도터’는 매기의 감독 데뷔작으로 ‘나의 눈부신 친구’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4부작 소설 중 한 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21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황금사자상 경쟁후보작에 올랐다. 매기의 데뷔작임에도 벌써부터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대학교수이며 번역가인 레다(올리비아 콜맨)가 그리스의 바닷가에 도착한다. 밝은 태양 아래서 독서와 수영을 하며 모처럼 혼자만의 휴가를 즐길 참이다. 그러나 밤이면 그녀의 방을 지나는 등대 빛에 수면 방해를 받기 시작하면서 레다의 불안 심리가 표출된다.     레다는 주변을 관찰한다. 그녀의 시선은 어린 딸, 남편과 함께 바닷가에 나타난 니나(다코다 존슨)의 가족에게 집중된다. 책을 읽는 대신, 니나와 딸을 유심히 바라보는 레다에게도 두 딸을 기르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 딸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젊은 시절 레다(제시 버클리)의 모습이 플래시백으로 겹쳐진다. 레다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이 암시된다.   ‘로스트 도터’는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엄마의 육아 본능을 깊이 있게 다룬 심리극이다. 엄마와 딸 사이에 존재하는 엄마의 본능적 모성애와, 그 이면에서 딸들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갈구하는 엄마의 자아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엄마는 딸들이 존재함으로 엄마다. 그러나 엄마는 또 하나의 자아이다. 질렌할 감독은 아이를 항상 친절과 너그러움으로 포옹할 수만은 없는 엄마의 갈등 심리와 고뇌를 파헤친다.     치매를 다루었던 작품 ‘더 파더’에서 앤서니 홉킨스의 딸 역으로 지난해 거의 모든 영화상에서 윤여정과 조연상 경합을 벌였던 올리비아 콜맨의 진가가 또다시 발휘되는 작품이다. 사실 이 시대에 그만큼 주요 영화상의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배우도 없다. 신예 감독 질렌할의 세밀한 연출에 콜맨의 관록 연기가 더해져 품격 있는 심리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김정 영화평론가갈등 엄마 갈등 심리 아카데미상 작품상 영화감독 아버지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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